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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업장 인터뷰] 풀돛배, “사회가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지점에 아동문학은 기초가 되는 작업 이라고 생각해요.”

분류
반갑서남
날짜
20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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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와 장소: 2021. 11. 8. 15:00~16:00, 서울시 서남권NPO지원센터 3층 회의실 인터뷰어: 서울시 서남권NPO지원센터 홍보소통 팀 인터뷰이: 한윤희 풀돛배 대표
'우리가 책을 만들 수 있다면 무슨 책을 만들게 될까'
바로 질문드릴게요. 풀돛배는 어린이의 창작 활동 독려를 목표로 하는 팀이잖아요. 특별히 동화 장르를 선택한 이유나 어린이의 창작 활동을 독려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전부터 책 만드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얘기하곤 했어요. 그러면서, '우리가 책을 만들 수 있다면 무슨 책을 만들게 될까' 생각하다가 우리 둘 다 흥미롭게 생각해왔고 (도전) 해 보고 싶었던 장르가 동화였다는 결론을 내리며 풀돛배가 만들어졌습니다. 풀돛배의 활동 목표를 정해가던 찰나에, (공익적으로) '세상을 움직여 보자'라는 생각을 했죠. 아동 문학은 이미 잘하고 계신 분들이 많고, 좋은 작품도 많은데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 했을 때 우리가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대신 들어주고 그걸 책으로 만드는 경험은 도와줄 수 있겠다 싶었어요."
풀돛배가 실제로 지원하고 제작하게 될 동화책은 어떤 형태일지, 함께할 아동은 어떻게 모이게 될지에 대한 계획이 궁금해요.
"일단, 아동 모집을 위해서 문화센터나 주민센터 등에 포스터를 걸어 홍보할 예정입니다. 또 소책자를 준비해서 지역 도서관에 비치하려고 해요. 그 밖에 인스타그램 홍보를 통해 구글폼으로 신청을 받을 예정입니다. (12월에 진행하게 될) 프로젝트의 전체 인원은 다섯 명 정도예요. 개인의 이야기를 듣고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할 건데, 물론 그때 공통된 주제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겠죠. (이후 프로젝트에서는 어린이 한 명이 자기만의 이야기로 된 한 권의 책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여러 어린이의 이야기가 묶인 단편집의 형태 또는 한 편의 장편 동화가 되도록 (창작 활동을) 지원하려고 해요. 그러니까 네다섯 명의 아이들이 팀이 되는 형태일 수 있겠죠. 그렇게 동화책이 제작되면 참여한 아동들에게 동화책을 한 권씩 나눠주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러면 이 단편 동화집, 또는 장편 동화의 분량이나 볼륨은 어느 정도일까요?
"80페이지 이내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작업은 먼저 주제를 제시하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식의 진행이 되겠어요.
"네, 그렇게 진행하게 될 것 같아요."
앞선 대답에 잠깐 언급해 주셨는데, 네다섯 명의 어린이가 한 권의 책을 나눠 갖게 되는 형식 이외에도 다른,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계신게 있는지요.
"어린이 한 명이 글, 그림 작가의 역할을 모두 하면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나 갖게 되는 시리즈 작업을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가 이 과정을 지원할 때는, (풀돛배가 알고 있는) 다른 예술가분들을 섭외해 보조 작가로서 협업하는 형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모집 기간 같은 세부적인 목표나 계획은 언제쯤으로 정해두고 계시는가요?
"모임 진행 자체는 12월 첫째 주부터 셋째 주까지를 생각하고 있어요. 아동을 모집하는 기간은 11월 셋째 주부터 넷째 주까지 2주간 진행하려고 합니다."
(- 오프라인으로 진행되겠죠?)
("네.")
"사람들은 어떤 것(정체성)에 대해 '그 당사자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더 쉽게 혐오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음 질문은, 풀돛배가 생각하는 아동문학의 정의예요.
"저는 아동문학의 정의를 말할 때 어린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봐요. '우리'는 모두 어린이였던 적이 있잖아요. '왜 어린이 동화는 어린이가 만들지 않고 어른들이 만들까'라는 의문으로 풀돛배가 시작되기도 했고요. 모든 소수자 담론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게 되는 것이 당사자성인데요. 사람들은 어떤 것(정체성)에 대해 '그 당사자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더 쉽게 혐오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린이'의 경우에도 (누구나 어린이 시절이 있었음에도) 자신에게는 당사자성이 없다고 생각하며 혐오하는 것이 크다고 보고요. 그래서 아동문학을 정의해 보자면, 어린이라는 존재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작업이 아닐까 합니다."
어린이를 다시 생각해보는 작업은 일종의 동화 창작자의 창작 윤리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러면 어린이들은 동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가늠해 볼 필요가 있을 거 같고요.
"어린이들에게는 동화라고 하는 것이 '남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가장 첫 번째 창구가 아닐까요? 자기가 속한 집단, 자기가 속한 카테고리, 층위를 벗어나서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다음 질문은, 좋아하는 작품 소개예요. 동화여도 좋고, 최근에 읽었던 것이나 오래 좋아했던 것, 구분 없이 책을 몇 권 추천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제가 소개하고 싶은 책은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아고타 크리스토프)과 『작은 것들의 신』(아룬다티 로이)이에요. 두 작품 모두 청소년기 혹은 유년을 회상하는 화자가 중심이 되는 작품인데요. 인물이 자신의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서사가 시작되는데, 그 과정에서 디아스포라를 느끼게 되기도 하고요. 회상 속의 청소년기, 또는 유년기가 아름답고 비극적으로 서술돼요."
▲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아고타 크리스토프, 까치, 2014.
▲ 『작은 것들의 신』, 아룬다티 로이, 문학동네, 2016.
궁금하네요. 약간 다른 질문인데, 청소년 소설(문학)이라는 장르가 있잖아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계획해 보신 적이 있으신지도 궁금해요.
"(구체적으로는) 없어요. 이야기를 나눴던 것 중에서는, 학교 폭력 피해자들이 모인 모임이 있어요. 그런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소설을 창작하고 작은 삽화 같은 것들을 함께 그려서 출간하는 형태를 생각해 봤죠."
청소년 문학이라고 카테고리화가 되는 작품들에 대해서도 궁금한 게 있어요. 청소년 문학의 정의는 뭘까요?
"대체로는 연령대로 나누는 거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어떤 책들은 6세 아동과 12세 아동까지도 같이 묶어두는 경우가 있어요. 5세 아동과 10세 아동을 함께 두는 예도 있고요. 사실 5세가 보는 세상과 10세가 보는 세상은 정말 다른 모습이잖아요. 학교에 다니냐 다니지 않느냐의 차이 같은 것도 있고요. 각자 경험이 다른 연령대를 하나로 묶어 상정하고 책이 출간되는 게 놀라웠고, 문학 내에서 연령대로 독자층을 설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해 봤습니다."
네, 그러니까 사실 (소개해주신) 이 책들은 사실 청소년 문학으로 분류되지 않죠.
"맞아요. 무엇보다 이 작품이 청소년 문학으로 불리지 않는 이유는 이 책의 화자들이 청소년이 아니기 때문도 있어요. 청소년 문학이라고 하는 게 있다면, 조금 더 어른의 시선이 배제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겠죠. 청소년 화자가 주체적으로 서사를 이끌어나간다든가 하는 부분도 고려해야 하겠고요."
"실제로 내가 당시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보다는 지금의 내가 되는 데 영향을 줬거나 현재에 자주 떠오르는 책 같은 것이 먼저 생각나요."
이어지는 질문이기도 한데요. 어린이일 때 읽었던 책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어떤 것인가요? 저 같은 경우에는 어린이 때 동화를 거의 읽지 않았어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도서 중에서 많이 읽었던 건 위인전 정도거든요. 사실 동화가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고는 하지만, 어린이일 때 읽었던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동화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렇죠. 제 친구 중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신경숙 작가의 『외딴 방』을 읽고 울었던 친구가 있어요. 그런 식으로 어린이들에게 주어지는 건 동화만이 아니긴 해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실제로 내가 당시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보다는 지금의 내가 되는 데 영향을 줬거나 현재에 자주 떠오르는 책 같은 것이 먼저 생각나요. 『클로디아의 비밀』(E. L. 코닉스버그)이라는 책인데요.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초등학생 정도 돼 보이는 남매가 가출해서 도시의 공공시설을 전전하면서 살게 되는 이야기예요. 박물관에 숨어서 밤을 보내거나, 백화점 캠핑 코너의 텐트 안에 들어가서 자거나 하는 거죠.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나도 가출을 하면 꼭 저렇게 해 봐야겠다' 같은 생각도 했어요.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실제로 일어나기 어려운 (어른의 시선에서 눈감아주는) 일이죠. 그러니까 이 작품은 어린이들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졌다는 거예요. 그게 창작자로서 대단한 일인 것 같아요. 창작자들이 작업할 때, 작가가 스스로 검열하게 되는 것이 있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런 걸 할 수 있나' 하는 것들이 이 책에는 없어요."
▲ 『외딴방』, 신경숙, 문학동네, 1999.
▲ 『클로디아의 비밀』, E. L. 코닉스버그, 비룡소, 2002.
"그 '어린이'가 있어서 지금의 '나'가 된 거잖아요? 그런 것에서 오는 신비성이나 '풀리지 않는 우주의 미스터리' 같은 느낌 때문에 아동문학이 계속 이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들으면서 생각난 다른 질문입니다. 어린이라는 존재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해요.
"어린이라는 존재나 개념은 너무 신기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대상화를 하려는 게 아니고요. 그 '어린이'가 있어서 지금의 '나'가 된 거잖아요? 그런 것에서 오는 신비성이나 '풀리지 않는 우주의 미스터리' 같은 느낌 때문에 아동문학이 계속 이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사실 어릴 때의 내가 모여 지금의 내가 되는 게 너무 당연한 말인데도, '나는 어릴 때 왜 그랬지', '나는 뭐지'로 시작하게 되는 질문들이 자주 있고요."
"사회가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지점에 아동문학은 기초가 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이야기지만, 옛날 아동문학을 보면 약간 교훈적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사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일종의 신화처럼, 어린이는 착하고 순진무구하다는 편견이나 사고를 하고 있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풀돛배 팀에서)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작업들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어요.
"아동문학이 교훈적이어야 한다는 건 정말 근대의 사고방식이에요. 물론 아직도 그런 동화가 만들어지고 있죠. 어린이들은 꾸준히 배우고 학습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교훈'이 아예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단순히 '교훈'이라는 맥락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이상함을 느끼시죠. 우따따라는 성평등 동화책을 만드는 프로젝트팀이 있는데, 저는 그 팀(의 작업)이 좋았어요. '왜 공주는 여자들만 나와요' 같은 물음으로 시작하는 동화책도 있고요. 일단, 사회가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지점에 아동문학은 기초가 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죽음에 관한 생각을 하면서, 죽음이라는 건 뭐고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라는 질문을 담아 쓰게 됐어요."
다시, 앞으로 돌아가 볼게요. 준비 중이신 표본 동화도 있는 거로 아는데 이 동화는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요.
"표본 동화는 저의 개인적인 체험에서 시작돼요. 저는 어렸을 때, 죽음에 관한 무언가를 읽어 본 경험이 없는 것 같아요. 장례식장이라는 곳에 가면, '떠난 사람에 대해 슬퍼하는 곳이구나'하고 막연히 생각했는데요. 어른이 되면서 장례식을 더 많이 가게 되고, 사실 이건 '굉장히 피곤한 일이라는 것'과 '막연히 슬퍼하기만 할 수는 없다'라는 걸 알게 됐죠. 죽음에 관한 생각을 하면서, 죽음이라는 건 뭐고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라는 질문을 담아 쓰게 됐어요.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주인공이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숲이라는 곳에 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대'라는 말로 시작하는데요. 어쩌면 숲은 죽음이라는 관념의 공간화인 거죠. 그런데 주인공의 친구가 그 숲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주인공이 그 친구를 찾으러 숲으로 따라 들어가게 되는 내용이에요."
이 표본 동화는 어떻게 읽을 수 있나요?
"표본 동화는 저희가 제작해서 12월에 만나는 아동들과 함께 먼저 읽을 생각이고요. 내년쯤 기회가 되면 텀블벅 같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출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잘 대우해줘야 지금의 어린이들에게도 더 잘 대우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이제 마무리를 해 볼게요. 풀돛배가 기다리는 혹은 풀돛배를 기다리는 독자들(또는 꼭 이 프로젝트나 책의 독자가 아니어도)에게 풀돛배가 전하고자 하는 어떤 메시지가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요?
"저희가 동화책 만들면서 계속하는 생각이 있어요. 우리의 독자에는 아이들도 있지만, 어른들의 '어렸을 때의 나', 그러니까 '어른들의 어린이'에게도 관심을 두고 싶다, 하는 것이에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말이 있기도 하지만, 저는 그 말을 조금 수정하고 싶어요. 진짜 중요한 건 '어른'이 아니라 어른들 내면의 혹은 과거의 어린이인 거죠. 어른들이 자신의 유년기와 청소년 시절을 조금 더 잘 대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그렇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잘 대우해줘야 지금의 어린이들에게도 더 잘 대우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그래서 노키즈존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서로를 잘 대접해줘야 어린이들이 '사회 규범'을 익히고 '더 좋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거잖아요."
오늘 대화를 나누면서, 어린이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소수자 담론에서 혐오가 당사자성의 결여에서 발생하는데 아동 혐오를 하는 것이 결국은 '어린이로서의 당사자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라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추천해주신 책도 읽어보겠습니다. 시간 내서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서울시 서남권NPO지원센터 협업공간 활업장 입주단체인 풀돛배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동의 창작 활동을 독려하는 것은 곧 아동이 자신의 (혹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동료 시민으로서 어린이에게 사회에 적응하여 존중받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어린이의 이야기를 듣고, 어린이의 이야기를 펼치는 풀돛배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11월 3째주 이후로 확인하실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풀돛배와의 인터뷰를 마칩니다.■
본 인터뷰는 2021. 11. 24. 발행된 서울시 서남권NPO지원센터 뉴스레터 반갑서남을 통해서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